애증의 수동렌즈
지금까지 사용한 수동렌즈를 화각대별로 다시 생각해본다.
85mm : 눈이 아프다. 살짝 초점이 안맞을 때가 있다.
135mm : 눈이 빠진다. 동체는 포기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싸니까.
위 렌즈는 모두 F마운트의 삼양렌즈였는데, 85.4나 135/2를 AF로 사려면 서너배는 돈을 치뤄야 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의 E마운트
E마운트로 옮겨 타고 나서, 세가지에 놀란다. 첫째는 빠른 AF성능, 둘째는 구린 액정화질, 셋째는 미친 렌즈가격이다. 물론 비교적 신상 마운트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Z마운트도 비싼건 매한가지겠지...
덕분의 나의 센서는 APS-C로 내려오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85mm 화각은 시그마 56mm를 통해 환산화각이라는 꼼수로 이루어 냈다. 여기까지는 마운트 교체 이후, 추가비용없이 잘 처리 되었지만, 사람은 간사하니, 광각으로 눈이 돌아간다.
크롭 광각렌즈라는 아이러니
이는 바지위에 팬티를 입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지만, 시도는 해보았다.
줌 광각렌즈들은 가격이 미쳤으므로, 단렌즈 중 살펴보았는데, 눈에 띈건 삼양 FE AF 24/2.8렌즈였다. 소문데로 작았으나, 소문대로 화질이 개차반이었다. 풀프레임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APS-C에서는 이건 쓰면 안된다. AF-C에 대응이 잘 안되는 느낌까지 있다.
탐론 20/2.8이도 고려했으나, 두번 속기 싫어서, 다시 한번 수동렌즈에 손을 댔다. 삼양 12/2이다.
아무것도 안해도 신경이 쓰인다.
지난 글에, 과초점거리 어쩌고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막상 사진을 찍을 일이 별로 없었다. 특히 싫어하는 풍경이나 건물 사진을 찍는데 사용하려고 생각하니 아득하다. 그러다가 마침 가족여행을 가게 되서 사진 몇장을 찍게 되었다.
소니의 미친 액정, 그 중 A6100은 최저급이므로, 수동 초점을 맞추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게 맞는건지 내 눈이 이상하게 된건지 모르겠다. 풀프레임 대비해서 APS-C의 단점은 화각이 좁아지는 것 때문인지, 수광량이 작아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빛이 부족해질 때, 구려지는 커브가 더 급격하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최대개방은 아예 포기하고, F4로 찍는 나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조금만 어두워져도 F4와 APS-C의 조합은 노이즈와 빛번짐의 앙상블이 된다.
과초점거리는 만능이 아닌가보다.
엄청난 유혹이다. 핸드폰 카메라보다, 더욱 촬영이 편해진다. 화면이 온통 피킹색상인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기에, 모든 영역에서 쌰프한 사진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리뷰를 할때마다 생각한다. 메타데이터가 전혀 남아있지 않으므로, 생각에 잠긴다.
좀 어두웠던건가? 흔들린건가? 과초점거리 내에 있었던건가? 조리개를 개방했던가? 광축이 나갔나? 옆에 와이프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더 나아보이는건 착각이겠지?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겠다만 그래도 24/2.8렌즈보다는 양반이다. 광각왜곡도 아주 적당해서(이건 보기 좋다는 뜻이다), 밋밋한 스마트폰 사진과는 확실한 차이를 둘 수 가 있다.
보정을 부른다.
수동 광각렌즈로 구도를 신경쓰면서, 광각 왜곡을 확인하고, 초점을 맞추면서, 조리개와 ISO값을 컨트롤 하기는 불가능할만큼 귀찮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리개를 쪼으로 과초점거리에서, 적당한 구도로 막 찍고, 보정을 한다. 56mm로 찍은 인물사진보다, 보정을 하는데, 훨씬 부담이 없다. 인물사진에서는 꿈도 못꿀 컬러그레이딩질을 해보기도 한다. 어차피 뭉개질데로 뭉개지므로 아주 작은 선예도 차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풍경사진은... 남이 다 찍어놨다.
다시 이런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쓸데없는 풍경을 찍을까? 네이버에 검색하니 어마무시한 사진들이 이미 다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광각렌즈는, 특히 수동 광각렌즈는 업무용이다라고 정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