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왜 카메라를 쓰냐고 물으면 심도 때문이라고 답을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얕은 심도 하면 조리개가 떠오른다.
하지만, 망원 화각을 확보하는 것이 얕은 심도를 확보하는 데, 조리개 값을 낮추는 데 비해 훨씬 더 경제적이다.
즉, 광각 + 낮은 조리개 조합을 통한 심도표현을 하고자 하면, 엄청난 지출을 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심도가 깊은 사진을 보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역시 나는 초보자인가보다. 그렇기 때문에, 광각 렌즈에는 큰 돈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마음이다. 하지만, 광각 렌즈는 일반적으로 어마무시하게 고가인 경우가 많고, 크롭 바디에서 광각 흉내를 내려고 하면, 왜곡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빌트록스의 20mm를 써 봤는데, 아주 저렴한 가격임에도 성능이나 화질이 나쁘지 않다. 이는 풀프레임용 렌즈인데, 문제는 F2.8이라는 조리개에 있다.
F2.8조리개는 풀프레임에서는 굉장히 밝은 편에 속하지만, 크롭 바디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매우 주관적인 나의 결론이다.
그러던 중 빌트록스에서 크롭 바디(aps-c)용 27mm F1.2 렌즈가 나왔다. 아니 나온지는 좀 됐는데, 이제야 알았다.
F1.2는 여러 시사점을 가지는데, MF렌즈를 제외하고 사용이 가능한 끝판 조리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왠지 크롭에서 환산 표준화각대로 얕은 심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지고 싶어 침이 질질 흘렀지만, 가격과 무게가 어마무시하다. 렌즈가 넘쳐나는 e마운트보다는 후지쪽에서 많이 활용되는 렌즈라서 매물도 없는 것 같다.
당장 뭘 할 수 없으니, 그간 사용해봤던 렌즈와 심도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이나 해보자.
화질이나, 만듬새 등의 부수적인 내용을 다 무시하고, 주어진 조건을 기반으로 아래 결과 표를 보면,
- 빌트록스 27.2는 삼식이(30mm, F1.4)와 심도 차이가 거의 없으며, 화각차이도 크지 않다.
- 35mm F2.0 정도와 심도표현의 수준이 비슷하다.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이미지 품질은 무게와 바꾼다고 치고, 이 정도라면 중고가 기준 삼식이의 2~2.5배를 내고 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 빌트록스 25.7은 시그마 23.4와 비슷한 심도 수준이다.
- 새 제품 기준으로 빌트록스 27.2는 70만원대, 시그마 23.4는 50만원대이고, 빌트록스 25.7이 20만원초반대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25.7이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 distance(m) | focal length(mm) | Aperture | depth of field | ex. |
|---|---|---|---|---|
| 5 | 56 | 1.4 | 0.45 | sigma56 |
| 5 | 27 | 1.2 | 1.67 | viltrox27 |
| 5 | 30 | 1.4 | 1.60 | sigma30 |
| 5 | 35 | 2.0 | 1.66 | none |
| 5 | 23 | 1.4 | 2.86 | sigma23 |
| 5 | 25 | 1.7 | 2.88 | viltrox25 |
| 5 | 20 | 2.8 | 13.97 | viltrox20 |
전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는 사이트도 있다. 아무래도 빌트록스 렌즈의 점수가 매우 잘못 기재된 듯 하다.
그렇게 좋다는 화질을 둘째치고, 참 애매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심도표현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35mm 렌즈가 낫고, 광각 표현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23mm 렌즈가 나을것이다. 좋게 말하면, 전천후 렌즈가 될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게 될 테니까..
새삼.. 삼식이를 괜히 팔아먹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것 저것 생각할 필요없이, 광각 렌즈에 큰 투자를 하지 말고, 빌트록스 25mm F1.7렌즈를 선택하기로 한다.
사용기는 차차 올려보자.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