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카메라(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꽤나 손가락질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름값으로부터 시작하는 소모품 비용부터, 스트로보 등의 악세사리, 바디와 렌즈까지 장비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치였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나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중화되었음에도, 대중의 이목은 변한 것은 없다. 아니 더 안 좋은 시선으로 변했다. 카메라를 취미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수백만원짜리 장비를 사야하는데, 이는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장비들을 겉핥기로 만져본 사람으로서, 대중들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직까지는 카메라(사진)만큼 소모성 지출이 없는 취미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물론 현시점에서 짚어볼 몇가지 전제가 있다.
- 가장 큰 전제는 새 제품을 사지 않고, 중고로 구매, 큰 폭의 감가가 진행되기 전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번 사서 부서질때까지 쓴다고 해도 그건 다른 취미에 비해 큰 지출은 아니긴 하다.
- 아쉽게도 카메라 바디는 이제 전자기기라고 봐야한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전엔 카메라 수리점에서 수리가 가능했을 수 있지만, 이젠 그런거 쉽지 않다. 또한 HW적인 급나누기가 아니라, SW적인 급나누기는 연식에 따른 감가를 철저히 반영한다. 즉, 넘버링에서 그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중고시장에서 땡잡는 꿀매물도 없다는 뜻이다. 셔터카운트는 '좋은 매물'의 근거가 되었지만, 이제 영상이나 전자식 셔터를 채택한 바디들이 메인이 되어가므로, 넘버링(출시년도) 의존도는 더더욱 올라갈 것이다.
- 악세사리는 다시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으로 출혈을 가중시킨다.
중고 시장에서 악세사리는 제 값을 못받는 품목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악세사리 제조사들은 취미 유저들이 스마트폰으로 떠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주변장비는 일반인에게 필요없다.(아직 삼각대가 일반인에게도 필요한 물건인지 진짜 모르겠다.) 물론 영상장비는 제외다. 영상은 악세사리 지옥이다.
- 렌즈는 여전히 감가가 거의 되지 않는 물건 중 하나이다.
아직 전자적인 부분이 덜한 렌즈는 마지막 남은 카메라 취미의 빛을 더해줄 요소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감가의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결론은 렌즈 중고거래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카메라가 취미로서 부담이 없을지, 여전히 손가락질 받아야하는 무엇인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느낀 몇가지 필수사항은 다음과 같다.
- 봄에 가격이 오르다가 찬바람이 불어오는 지금부터는 가격이 떨어진다.
봄에 팔고 겨울에 사야한다. 바로 지금이 렌즈를 매입할 적기이다. 판매는 잠시 보류하도록 한다.
- 왠만하면 낮에, 그리고 직거래를 해야한다는 룰이 있기는 하다.
렌즈알을 봐도, 엄청난 결함이 아니라면 알기 힘들다. 단, 이와 같은 조건들이 판매자의 마지막 양심을 움직여 줄 수 있는 효과는 부정할 수 없다.
- 줌렌즈 보다는 단렌즈
줌렌즈는 쓰다보면 헐거워지는게 당연하다. 광축이 틀어지거나 먼지가 유입된다면, 단렌즈보다 줌렌즈가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단, 아무 물리적인 근거는 없는 추론이다.
뭐라뭐라 썼지만, 확실히 렌즈는 비교적 긴 신제품 출시 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의 심리적인 방어선이라는게 작용한다. 매일 중고장터에 죽치고 있지 않았다면, 한번 뇌리에 박힌 가격은 유지될 것이다.
그 예로 1년전에 산 시그마 30mm는 여전히 그 가격대에 팔린다. 물론 그 안에는 진짜 구매한지 오래되지 않은 제품도 있겠지만, 사실상 박스 뜯으면 다 같은 취급이다. 또한 2차 구매자라는 말은 3차인지, N차인지 알수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래서 제조일자가 적힌 박스는 몹시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연식에 따라, 10~30%의 감가 비용을 책정해서 판매하거나, 매입을 하는데,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고나라나 SLR클럽의 한명이 상식 밖의 가격을 제시했다면, 그냥 그건 한개에 대한 가격일뿐 시세라고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기가 아님이 분명하다면, 꿀매물이 나왔을 때,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모든 글은 수백만원짜리 제품에는 모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사본적이 없기 때문에... 쓰다 보니 횡설 수설이네....
끝.